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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정치하는 외국계 회사

by 펭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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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5/21/OOXAVBQ75FAN3CMM5AKLYSZAQY/

이 기사가 조선일보라서 1초 머뭇거렸던 것은 사실이나 비즈니스 관련 내용이라 읽어보았다. 마틴 린드스트롬이란 경영컨설턴트가 한국 기업에 하는 쓴소리인데 너무나 충격적이게도 내가 일하고 있는 외국계 회사를 관찰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1. 복잡한 직급

내가 속한 R&D는 다른 마케팅이나 세일즈 조직보다 더 직급체제가 나뉘어 있다. 마케팅, 세일즈 조직의 경우에는 밴드 0 정도로 볼 수 있는 직급과 밴드 1 (주니어급), 밴드 2 (시니어급), 밴드 3 (팀장 급), 밴드 4 (수석부장 급), 밴드 5 (상무 급), 밴드 6 (전무 급), 밴드 7... 이렇게 되어 있다면, 내가 속한 R&D 쪽에는 각 밴드를 기본 2개로 나눠 놓았다. 밴드 0으로 볼 수 있는 직급은 Associate researcher, Researcher, Research specialist로 3단계, 밴드 1은 Associate Scientist, Scientist로 2단계, 밴드 2는 Senior scientist, Group scientist/head로 2단계, 밴드 3은 Principal scientist/ Section head로 1단계, 밴드 4부터는 다 1단계이다. 아랫 직급들의 단계를 엄청 나누어 놓았다. 한 4년 전쯤에 이렇게 바꾸면서 각 단계로의 승진이 빨라져서 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상은 승진하는 기간이 짧아지지 않았고 더 위로 올라가기 힘든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사내정치가 복잡해진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2. 너무 많은 규칙과 관행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다. 트래킹을 목적으로 모두 시스템에 업로드를 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라치면 정보보안이란 이름으로 안된다 하거나 복잡한 과정을 패스해야만 한다. 너무 복잡해서 시도조차 하기 꺼려진다. 위에서 말한 시스템들도 업무 효율성 증가라는 이름으로 항상 다른 시스템으로 바뀌는데 베타 버전이라 문제도 많고 바뀐 시스템에 적응할라치면 또 바뀌어서 새로 배워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일을 하지만 매일 닥치는 문제들은 이런 시스템과 씨름하고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보니 시간은 당연히 지체되고 현타가 올 때가 많았다. 다른 회사였다면 진즉에 프로젝트가 끝났겠다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내가 투덜대면 25년 정도 이 회사에서 일한 내 슈퍼바이저는 좋은 말로 나를 달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순응해버린 사람일 뿐이다.

 

3. 마라톤 회의와 파워포인트

일단 회의가 많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으로 회의가 너무 많고 윗급에 보고를 하기 위한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 복잡한 업무 평가 방식

업무 평가가 너무 추상적이라서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인사팀에서 정말 복잡하게는 만들어놨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 윗급들은 업무 평가할 때 뭔가 그들만의 또 다른 기준이 있는 듯싶다. 아니면 오래 일한 사람들은 연봉 상승률이 낮아져서 내 성과를 낮추는 대신 그들의 성과를 올려야 한다고 왜 말했을까. 

 

5. 표리 부동한 상사

직원과의 1:1 미팅을 항상 잡아놓기 때문에 뭔가 케어는 하는 느낌은 준다. 그런데 내 말빨이 달리는 것인지, 윗급의 말빨이 좋은 것인지 항상 말은 참 잘하더라. 언제부터인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이렇게 답변을 하겠지 하는 예상이 있고 사실 해결책이 될 수는 없기에 미팅을 잘 안 잡게 되었다. 

 

6. 다양성을 읽은 조직

외국계 회사가 이 정도니 말 다했다 싶긴 한데, 외국계 회사여도 결국 정말 다양하게 사람이 섞이지는 않는다. 특정 나라에 있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메인이 되고 그들만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집단사고에 빠져들기도 한다. 특히 내 주변은 한 분야에서만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들이 많은데 경험도 참 좋지만 이것에 빠져서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한다. 뭔가 일을 하고 참 성공적이었다고 정신 승리할 때가 많은 듯.

 

흐음... 회사 사람들끼리 대화할 때가 많아지고 우린 똑똑해, 우리 회사는 참 좋아 라는 식의 대화만 하다가 최근 물리적 거리를 두고 보니 나 스스로 세뇌당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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