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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K-wave (한류)

by 펭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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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있는 코리아타운 츠루하시에 처음으로 갔다. 일본에서 5년이나 살았는데 처음 갔다. 나는 외국의 코리아타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완전히 한국도 아니면서 한국인 척하는 게 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국 음식이라고 내놓는 음식들이 한국요리를 잘해서 내놓는 게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하는 자영업인 경우가 많고, 한국 레시피로 요리를 한들 재료가 달라서인지 그 맛이 안 나고, 중국계의 사람이 한국인 인척 하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가격은 비싸니 굳이 코리아타운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어째 어째 해서 한번 가게 되었고 짜장면을 1100엔 주고 먹었다 ㅋㅋ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꽤 그럴듯한 맛이어서 만족스럽지만 짜장면이 이 가격이라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아, 유명 셰프의 중화요리 집은 그럴 만도 하겠다. 

 

츠루하시에는 제대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방탄소년단의 사진, 현수막들이 넘쳐났다. 음식점과 카페를 방탄소년단으로 도배해놓고 따로 음식 세트도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하는 일본인들만 넘치는 코리아타운이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가게 된 한국인 나. 

 

일본 내에서의 한류라는 개념은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한류라는 단어 자체가 올드한 느낌이 든다. 한국과 일본의 옛 과거를 모르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을 모르는 Z세대의 일본인들은 한국 자체에 굉장히 우호적이다. '쿨' 그 자체의 상징이다. 이걸 잘 느끼는 이유가 회사 동료들이 21-22살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50-60대까지 있기 때문인데 확실히 나이 든 일본 동료들은 한국에 대한 현재 위치를 인지를 잘 못한다. 예전의 일본이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며 아직도 그렇다면서 산다. 한 3년 전에 처음으로 출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는데 대략 50년을 살면서 미디어에서만 접한 부정적인 한국, 직접 한국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셋이 어땠을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 한류의 덕택을 나도 보고 있다. 칼디라고 수입품들도 취급하는 곳에서 라면 몇 개를 사던 예전과 달리 한국 마트가 하나둘씩 생기고, 심지어 일반 일본 마트에서도 라면은 기본이고 비비고 만두를 판다. 비비고 만두는 얼마나 한류가 퍼졌는지 내가 판단하는 지표로 잡고 있는데 냉동식품 칸에서 버젓이 들어와 있는 걸 보고 나는 솔직히 좀 놀랬다. 왕교자도 아니고 왕'만두'라고 자신 있게 쓰여있는 얇은 만두피로 된 만두를, 그것도 김치 만두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내가 여기서 버티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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